주거래은행의 배신, 대출금리가 더 비싸다(?)
제목부터 썸찟하다. 주거래은행과 오랜 기간 거래를 계속 해온 사람들에게 무슨 청천벽력과 같은 말인가? 모든 재테크 전문가들이 주거래은행을 추천하며 '주거래은행을 만드는 것이 좋다', '주거래은행에서 대출받으면 혜택이 많다', '신용등급 올리려면 주거래은행과 거래해라' 라고들 이야기하는데, 대출을 주거래은행에서 받지 말라고 하니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인가 말이다.
주거래은행이란 내가 저축과 대출 등 금융관련 업무를 주로 거래하는 은행을 의미한다. 내가 직장을 다니며 저축을 하고, 주택을 구매하거나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대출을 받는 은행이다. 이런 좋은 혜택을 주는 주거래은행에 대해 혹여 어느 분은 필자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듯하다. 하지만 오늘은 평범한 직장인 A씨의 사례를 이야기하며 '왜 주거래은행이 속빈 강정'인지에 대해 '썰'을 풀어보고자 한다. 주거래은행의 역설에 대해, 아니 주거래은행의 배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평균 직장인 A씨 사례
대한민국 평균 직장인 A씨는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회사의 거래은행이자 집에서도 가까운 Z은행에 월급통장을 개설했다. 아무래도 이용의 편리성 떄문에 저축, 자동이체 등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주거래은행을 만들라'는 금융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Z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점찍고 이용하기 시작했다.
A씨는 월급통장 개설 뿐 아니라, 급여를 모으기 위한 저축통장부터 인터넷뱅킹을 하기 위한 개설까지 모든 금융 업무를 Z은행을 통해 할 예정이다. 금융 전문가들의 조언은 이랬다. '주거래은행'을 만들어 두면, 향후 긴급하게 대출이 필요할 경우 금리 혜택은 물론 다양한 저축금리 혜택과 신용등급 상승과 같은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Z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는 A씨에게 Z은행이 많은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이다. 나의 주거래은행이니만큼 나를 소중한 고객으로 대접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말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 A씨의 주거래은행은 Z은행이었고, 모든 금융 관련 업무는 Z은행을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월급통장은 물론 보험과 휴대폰 자동이체는 물론 갈때마다 '저희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계시네요'라고 말하며 반겨주는 은행 창구직원 덕분에 신용카드 가입은 물론 방카슈랑스 상품까지 주거래은행인 Z은행에서 가입하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자 Z은행의 VIP고객제도 4등급 중에 3등급으로 A씨가 선정이 되었고, A씨는 역시 Z은행이 주거래고객을 인정해 주고 있구나 하는 것에 희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 열심히 Z은행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말이다.
10년의 오랜 세월이 지나고 주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찰나, A씨는 Z은행 VIP 고객으로 당당하게 대출 문의를 하기 위해 Z은행으로 향했다. Z은행 지점에는 마침 VIP고객을 위한 Priority 대출전용 상담창구가 있었기에 A씨는 해당 구역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담당직원의 안내에 VIP Priority 대출상담 창구가 아닌 일반 대출상담 직원에게로 인도되었다. VIP 대출상담 창구는 VIP 고객만 들어올 수 있다는 친절한 직원의 안내에 A씨는 '나도 Z은행 VIP3등급 고객'임을 얘기했지만 '씨'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일반 대출상담 직원에게 주거래고객 VIP 3등급 고객임을 강조하며 대출 문의를 했고, 신용조회 결과 금리 4%를 제시받았다. 담당직원은 A씨가 주거래 이용고객이기 때문에 각종 우대금리를 받았고, 덕분에 4%의 저렴한 금리를 적용받게 되었다고 친절하게 얘기해 주었다. 하지만 A씨에게 4%는 생각보다 높은 금리였다. 적어도 VIP 주거래고객이면 3.5%는 제시해 주어야 하는데, 4%는 A씨 생각에 제법 높은 금리였다.
그래서 A씨는 재테크를 나름 잘한다는 회사 동료인 B씨에게 물어보았더니, 4%의 금리는 평범한 대출금리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B씨에게 소개받은 대출상담사를 통해 거래가 전무한 Y은행에 대출문의를 했더니 Z은행에서 각종 주거래 우대금리를 적용한 것보다 저렴한 3.5%의 금리를 제시받았다. 다만, 급여이체와 자동이체, 부수거래 등을 해주는 조건으로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Y은행에서 대출을 실행하기로 하였다.
A씨는 주거래은행인 Z은행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10년의 시간동안 고스란히 급여 이체와 보험료 이체, 신용카드 가입, 방카슈랑스 가입 등 모든 것을 가입하며 주거래은행으로 거래해 왔더니,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은행에서 제시해 준 허울좋은 VIP 3등급 고객이란 타이틀 뿐이었다. 거래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Y은행의 대출금리가 내 주거래은행보다 더 싸다니 허무할 뿐이다.
A씨의 사례에서 찾아본 '주거래은행 맹신'의 위험
A씨는 지극히 평균적인 대한민국 직장인이고, 누구나 경험해 봄직한 사례에 해당될 것이다. 소위 재테크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주거래은행과 거래하면 대출금리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각종 고객 혜택이 많다는 것은 일부분은 맞고 일부분은 틀린 이야기이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많은 Benefit을 창출해 주는 고객을 선호한다. 말 그대로 평균적인 직장인 개개인이 아니라 대량의 자본을 예금하거나 대출받는 고객을 선호한다. 따라서 직장인 개개인에 대한 주거래고객 우대혜택은 은행 전체의 브랜드 이미징을 위한 광고마케팅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은행마다 가지고 있는 주거래고객 제도, 소위 VIP 제도는 주거래 고객을 기분좋게 해주는 수준의 효율성 낮은 우대혜택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이체거래시 수수료 무료 등과 같은 우대혜택의 내용은 인터넷 전문 뱅킹을 이용하면 주는 혜택 수준에 불과하다.
오히려 주거래 고객의 대출금리 우대 혜택보다 거래가 전혀 없는 은행의 특판 대출상품의 금리가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출이 곧 수익창출인 은행 입장에서 특판상품을 통한 수익 창출은 필수적이며, 계절별로 다양한 은행에서 특판 대출상품이 판매된다. 또한, 마찬가지로 은행의 방카슈랑스 보험보다 보장이 더 좋고 더 저렴한 보험 상품을 구성하거나 Direct 보험에서 가입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신용등급 상승과 주거래은행의 관계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크게 상관 없는 부분이다. 차라리 오랜 시간동안 연체 없이 신용카드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신용등급은 자연스레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주거래은행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결국 현명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굳이 주거래은행을 고집하며, VIP 고객제도에 헌신적으로 충성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주거래은행의 개념은 사회적으로 정확히 구분된 명칭도 아니며, 주관적으로 주거래은행이라고 해서 내게 많은 Benefit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내가 적절하게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수준이면 주거래은행을 만들기란 아주 쉬운 일이니 말이다.
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로서 앞으로 조금 더 스마트해지기 위해선, 내가 필요에 따라 거래은행을 선택하는 주관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요에 따라 시기에 따라 주거래은행을 변경탈 필요도 있으며, 이는 전적으로 은행 소비자로서 철저히 이익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다. 고객에게 혜택을 마련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로 나의 수익창출을 위해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되어야 하며, 좀 더 좋은 상품이 준비되는 은행이 있다면 기존에 거래하던 은행을 바꾸는 것이 조금 더 현명해 보인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가장 오래된 주거래은행의 계좌는 해지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니, 거래를 자주 하지 않더라도 개설일이 가장 오래된 계좌는 주거래 은행이 바뀔 때마다 하나씩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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